십여 일이 지난 어느 날 윤시랑이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집에 들어왔다.
“이거 어쩝니까. 진평중 어른께서 모함을 당하여 옥에 갇히셨답니다.”
조부인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아셨습니까?”
“지금 그 집 시종이 와서 얘기해 주었습니다.”
오부인이 이 소식을 듣고 하늘을 향해 통곡하고, 즉시 짐을 꾸려 남편이 있는 황성으로 올라가려고 하자 조부인은 채경에게 여기 남아있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채경은 울면서 말했다.
“감사합니다만, 아버지께서 큰 화를 입으셨으니 어찌 저 혼자 편하게 있을 수가 없으니 어머니와 함께 올라가겠습니다.”
채경과 채봉, 옥화는 손을 맞잡고 이별하는 아쉬움을 달래는데 눈물이 옷깃을 다 적셨다. 여옥은 어쩔 바를 몰라 당황하며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오부인은 채경과 함께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둘러 황성에 이르렀다. 하지만 진공은 이미 무수한 매질을 당한 뒤였다. 이에 오부인과 채경은 놀라고 당황하며 통곡을 그치지 못했다.
엄숭의 양자 조문화는 예전에 진공이 병부시랑으로 있을 때 채경이 아름답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 아들과 혼인시키려고 청혼을 보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진공은 엄숭의 집안과 사돈을 맺을 수 없기에 단호하게 그 청혼을 거절했었다. 그러자 조문화는 매우 화가나 엄숭에게 진공의 벼슬을 산서의 제독으로 강등시키라고 부탁했다. 그리곤 양석이라는 사람을 시켜 진공이 나라의 재산을 관리하는 태원전에서 삼천만 냥을 자기 마음대로 썼다고 꾸며 천자에게 상소하도록 했다. 천자는 상소를 보고 진공을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조문화는 오부인과 채경이 황성으로 올라왔다는 말을 듣고 오부인의 사촌 오낭중을 불러 말했다.
“지금 진형수는 죽을 지경에 이르렀네. 하지만 내가 말만 잘하면 구할 수도 있지. 전에 진형수가 나를 깔보고 청혼을 물리친 일이 있네. 하여, 이제 나는 그 일을 덕으로 갚으려고 하네. 내가 들으니 그대가 진형수의 부인과 사촌이라고 하던데, 진형수가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다면 내 말을 알아서 잘 전하게. 그 딸도 효녀라면 스스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오낭중은 본래부터 권세가 있는 사람에게 붙어 출세하려는 성향이 있었다. 이 말을 듣고는 공손히 나와 즉시 오부인에게 그 말을 전했다.
오부인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했다.
“천하에 못된 놈이 감히 내 딸을 모욕하니, 정말 분하구나!”
이때 채경이 말했다.
“어머니, 옛날의 어느 효녀는 관가의 종이 되어 그 아버지를 죽음에서 구하였다고 하고 또 어떤 효녀는 부모님 장례를 지내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팔기도 했다는데, 저는 지금까지 오로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보살핌을 받아 살아오다가 이제, 아버지가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닥치셨는데, 어찌 저의 몸을 걱정하겠어요?”
오부인은 채경의 말을 듣고 아무 말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며 탄식했다.
“아, 슬프구나. 이 일을 어찌해야 하느냐? 이 어미가 네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만,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다고 하여도 그 마음이 어떻겠느냐?”
하지만 채경은 어려워하지 않고 직접 오낭중에게 가서 조문화의 아들과 혼인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