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2 09:54 이성
남경태 선생님의 강의, <쾌도난마, 현대철학>을 풀로엮은집에서 듣고 있다.
매주 금요일 저녁이다.

'쾌도난마'가 주는 어감처럼 방방뛰고 이리저리 싹둑싹둑하는 강의이기는 한데 어쩔 수 없이 세밀하지 못하다. 풀집 강의를 들을 때마다 항상 드는 아쉬움인데, 상당 부분은 나의 허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커리와 강좌 소개를 아래에 옮겨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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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도난마, 현대철학 - 현대 서양사상의 이해

철학을 많이 안다고 해서 용돈이 더 생기거나 지하철의 빈 자리를 재빨리 파악할 수 있게 되지는 않는다. 실용적인 차원에서는 철학 책은 운전면허 교재나 요리책 만큼도 효능이 없다. 하지만 질문을 조금만 뒤집으면 철학의 위엄 있는 쓸모가 금세 드러난다. 이를테면, 성서의 한 구절을 빌려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고 묻는다면 그 어떤 요리책도 이에 대한 답을 주지 못한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 숙명적인 질문을 짚어보기 위해 철학 책을 읽는다.

그런데 수많은 철학자와 개념어와 시대 배경들이 9단들의 바둑판보다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렇다면 친절한 안내자가 필요하지 않은가. 남경태라면 그 1순위 네비게이터임에 틀림 없다. 십 수년 동안 인문학 분야에서 두툼한 양서를 꾸준히 집필하거나 번역해온 남경태는 현대 철학의 복잡한 미로를 쾌도난마의 검투사처럼 선명하게 보여준다.

- 강좌의 취지

학문을 말할 때 용도를 논하면 어딘가 천박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무릇 학문이란 약간은 관조적인 느낌이 있어야 학문다운 맛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하지만 얄팍한 현대 생활에서는 실용성이 워낙 대세이다 보니 학문에서 용도를 먼저 찾는 풍조도 이해하지 못할 바가 아닙니다.

흔히 철학은 용도의 측면에서 가장 뒤처지는 학문으로 여기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볼 때 철학은 늘 해당 시대의 핵심을 꿰뚫는 가장 유용한 지적 무기였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 시대의 가장 첨단 학문이었던 셈이죠. 실용 학문의 대표라면 법학이나 의학을 꼽겠지만 철학은 그것들보다 깊은 차원에서 ‘실용 학문’인 셈입니다. 철학의 이와 같은 실용적이고 첨단적인 성격이 무뎌진 이유는 철학이라는 양분을 제대로 소화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탓이 큽니다.

이 강좌에서는 철학의 날카로움을 무기로 되살리고 철학의 풍요함을 양분으로 흡수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고자 합니다. 물론 몇 가지 철학적 주제들을 수박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넘어간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 몇 가지 주제들을 효과적인 징검다리로 삼으면 철학의 강물을 거뜬히 건널 수 있습니다. 복잡한 현대 생활에서 파생된 난해한 현대 철학의 어지러운 지형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하기 위한 철학적 주제로서 징검다리로서, 주체, 무의식, 언어, 구조주의/포스트구조주의, 지식, 혁명의 여섯 가지를 정해보았습니다. 이 앞에 현대 철학을 이해하기 위한 철학사적 배경, 그리고 뒤에 총괄적인 요약과 정리, 질의응답을 붙여 총 여덟 차례의 강좌로 진행될 것입니다.

[1강] 철학사: 고대-중세-근대, 철학적 문제 양식의 변화
우리의 주제는 현대 철학이지만 일단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워밍업을 한다는 기분으로 지난 2500년간의 철학사를 간략히 정리해보는 게 여러 모로 도움이 될 겁니다. 기존의 철학사라고 하면 주로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한 차례의 강의로 철학사의 큰 줄기를 잡아야 하는 만큼 개별 철학자들을 소개하는 것보다 철학적 문제들이 시대에 따라 어떤 차이와 반복을 보였는지를 개략적으로 짚고 넘어갈 것입니다.
 
[2강] 주체: 실증주의와 현상학, 실존주의
근대 철학의 최대 성과는 주체의 정립이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데카르트의 명제로 철학적 주체가 확립된 이후 철학적으로는 인식론의 시대가 열렸고, 사상적으로는 이성 중심주의가 만연했으며, 사회적으로는 자본주의와 산업혁명이 꽃을 피웠습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주체와 이성에 심각한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 시간에는 주체철학의 정점이자 막다른 골목인 실증주의를 비판하고 나선 현상학과 실존주의를 통해 현대 사상에서 주체의 위기가 초래된 과정을 살펴봅니다.
 
[3강] 무의식: 프로이트, 라캉, 알튀세르
주체의 균열에 결정적인 신호탄은 무의식의 발견이었습니다. 주체 안에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는 발상은 철학만이 아니라 현대 사상의 모든 측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무의식의 개념이 제기됨으로써 그동안 철학의 외부에 있던 신체, 감정, 욕망 등이 철학적 설명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에는 무의식의 발견자로 꼽히는 프로이트, 그리고 프로이트를 구조주의적으로 계승한 라캉과 알튀세르의 사상을 통해 무의식의 현대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4강] 언어: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철학에서 언어의 의미
주체가 동질적이지 않고 무의식이 존재한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언어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하이데거는 형이상학이 아닌 것을 형이상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한계를 느끼고 언어의 문제에 천착했으며, 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에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이중적 측면이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라캉은 소쉬르와 프로이트를 종합해 언어 자체를 무의식으로 봄으로써 새로운 언어철학의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5강]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 현존과 부재, 심층과 표층의 인식
구조주의는 플라톤 이래 2천 년 동안 유지되어온 전통적 형이상학의 종점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점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구조주의 이후의 사상적 흐름은 구조주의와 직접 연관성이 없어도 보통 포스트구조주의라고 부릅니다. 이른바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개념과 대체로 일치합니다. 이 시간에는 구조주의적 인식론과 반이성, 반인간주의적 특성을 설명하면서 아직 특정한 체계를 취하지 않고 철학자마다 ‘시안’의 형태로 전개되는 포스트구조주의적 경향을 소개합니다.
 
[6강] 지식: 푸코의 지식/권력
주체와 이성의 시대에는 인식(지식)의 주인이 확실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이르러 지식은 주체 없이 행사되고 이성과 무관하게 작용합니다. 지식은 사르트르의 주장과 달리 혁명의 수단이 되지 않고 반대로 권력과 억압의 앞잡이가 됩니다. 전통적으로 지식의 목적은 진리를 찾는 것이었으나 절대적 진리가 포기된 현대에는 권력을 발생시키고 정당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시간에는 지식과 권력이 등식화되는 무의식적 메커니즘을 살펴봅니다.
 
[7강] 혁명: 마르크스주의와 고전적 혁명, 들뢰즈의 혁명
전통 철학은 형이상학과 인식론의 흐름 이외에 사회철학의 측면이 있었습니다. 헤겔이 그 단초를 열었고 마르크스가 이어받아 발전시켰습니다. 현대에 들어 사회철학의 흐름은 정신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의 결합(프로이트), 정치경제학과 기호학의 결합(보드리야르), 혁명론과 욕망의 결합(들뢰즈/가타리) 등 다양한 형태를 취합니다. 이 시간에는 현대 사회에서 혁명의 가능성은 어떻게 논의되고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8강] 현대 사상의 지형: 개략적 교통정리와 질의응답
현대는 특정한 철학적 경향성이 두드러지게 대두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크게 대별하면 한편으로는 이성의 가능성을 여전히 굳게 믿는 전통적인 흐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성, 주체, 진리, 도덕 등 형이상학적 주제들의 유효 기간이 끝났다고 믿고 무의식, 불확실성, 우연, 모순, 단절 등을 중심으로 사고하려 하는 새로운 철학적 흐름이 있습니다. 이런 좌표상에서 현대 사상의 현 위치는 어디인지, 장차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를 모색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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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빨간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