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8 22:45 환상


오부인이 편지를 펼쳐 읽은 뒤 말한다.

“오라버니 말씀이 맞습니다. 오라버니가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가려고 하니 그 길에 이리로 오시거든 채경이와 함께 제남에 따라가 의지하며 지내라고 합니다. 실은 제가 여기서 홀로 지내다 보니 바람만 불어도 놀라곤 했답니다. 이제 오라버니를 좆아 갈 수 있게 되니 너무 다행입니다. 그런데 오라버니께서는 왜 높은 벼슬을 버리시고 고향에 돌아가려 하십니까?”

윤시랑은 탄식하며 말한다.

“요즘 나라의 일이 아주 엉망이란다. 나의 벗인 남어사는 간신을 계략을 막으려다가 도리어 귀양을 갔고, 임윤과 해서도 바른 말로 상소를 했다가 쫓겨났지. 나랏일이 엄숭 부자의 손에서 날로 그릇되어 이루어지고 있고 말이다. 이번 일로 뜻있는 사람들은 모두 물러났단다. 지난 달 우리 가족도 모두 제남으로 보냈고, 나 역시 병을 핑계로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가려했는데 갑자기 남쪽 지방을 순찰하고 오라는 명이 떨어져 마지못해 이렇게 나왔다네. 임무를 마치고 조정에 돌아가면 바로 벼슬을 그만두고 물러날 생각이네.”

오부인이 길게 한숨을 쉬며 말한다.

“혹시, 오라버니. 남어사님이 익사하셨다는 소식은 들으셨나요?”

“이런, 남어사에게 결국 화가 미치리라고 짐작은 했지만 하늘이 이다지도 무심하단 말인가? 난 모르고 있었네. 모르고 있었어. 그 소식을 누구에게 들었나?”

그러자 오부인이 채봉의 이야기를 윤시랑에게 자세히 전해 준다. 윤시랑은 채봉을 만나고 싶어 방으로 불렀다. 채봉은 아까 자기 방으로 들어와 지난 일을 생각하며 슬픔에 젖어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부인과 윤시랑이 있는 방으로 들어오라는 명을 받은 채봉은 눈물을 머금고 윤시랑에게 절을 하다가 결국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윤시랑이 채봉의 손을 잡고 위로하며 말한다.

“내가 나약하여 그대 아버님처럼 곧바로 죽지도 못했으니, 의리에 맞지 않아 친구로서 너무 부끄럽구나.”

채봉이 거듭 절하고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이토록 아버님의 원통함을 생각하여 주시니 소녀, 이제부터 어르신의 아래에서 넓으신 덕에 의지하여 지내다가 부모님의 원수를 갚아 어르신의 딸로 길러 주신 은혜에 보답하고 싶습니다.”(채봉의 의사인지, 윤시랑의 의사가 먼저인지 확인!)

윤시랑이 말한다.

“아홉 살 난 아이의 생각과 말이 이와 같으니 과연 남어사의 딸이로다.”

이에 오부인은 채봉에게 자식의 예로써 윤시랑에게 절을 올리게 하였다.

윤시랑이 말했다.

“이제 돌아가신 남어사의 영혼을 위로해 드리고 싶구나.”

윤시랑은 제사를 지낼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윤시랑과 채봉은 남어사가 익사한 강가에 가서 초혼했다. 제사상을 차리고 그 앞에서 윤시랑은 남어사의 혼을 부르고 채봉은 어머니의 혼을 부르며 슬프게 곡을 했다. 윤시랑은 채봉을 위로하고 진제독의 집으로 돌아와 며칠간 머무르다 계속하여 길을 떠났다.

오부인도 채경, 채봉과 함께 윤시랑의 뒤를 좆아 개봉부까지 이르렀다. 윤시랑은 건강한 창두에게 오부인과 두 소저를 모시고 먼저 동창에서 제남으로 가라고 명령했다. 그후 윤시랑은 광평을 다스리고 돌아와 조정에 보고하고 다음날 고향으로 가겠다는 상소를 올렸다. 천자께서는 그 뜻을 받아들여 허락하셨다. 윤시랑은 은혜에 감사드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posted by 빨간수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