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윤시랑의 고향은 산동 제남부의 역성현이라는 곳으로 청주에서 제일 아름다운 곳이다. 서울에 살던 윤시랑의 부인은 쌍둥이인 옥화와 여옥을 데리고 음력 구월에 먼저 고향으로 돌아와 윤시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윤시랑이 남쪽 지방을 다스리러 가야되어 고향에 오는 일이 늦어진다는 기별을 받았다. 조부인은 혹시나 싶어 걱정이 많았다. 그러다 늦겨울 초 집안의 시종이 와서 말한다.
“파릉 진형수 어른의 부인께서 오십니다.”
조부인은 매우 기뻐하여 즉시 맞이하고 이야기를 나눈다. 채경과 채봉이 조부인에게 절을 하자 조부인은 채경을 사랑스럽게 이끌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오랜만에 보니, 이렇게 많이 큰 줄 몰랐구나.”
채봉은 오부인 곁에서 소복을 단정히 입고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조부인이 놀라서 묻는다.
“저 아이는 어느 댁 규수입니까? 예전에 보았던 남어사님의 따님 채봉과 비슷하네요?”
오부인이 웃으며 답한다.
“형님께서는 저 아이가 남어사님의 따님인 줄은 아시지만, 형님의 양녀가 된 것은 알지 못하시는군요.”
오부인은 조부인에게 채봉의 사연을 이야기해 주었다. 조부인은 매우 놀라고 슬픈 마음이 가득했다. 가만히 채봉을 지켜보다가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렀다. 그러자 채봉은 슬픔이 북받쳐 올라 자리에 엎드려 슬피 통곡했다. 한참 뒤에 채봉은 조부인을 어머니로 모시는 딸의 예로써 자리에서 일어나 네 번 절하고 그 곁에 앉았다. 조부인은 시녀를 불러 옥화와 여옥을 오라고 하여 오부인에게 절을 올리게 한다. 그리고 채봉을 소개하고 앞으로 친형제처럼 지내도록 했다. 옥화는 채봉을 예의바르게 맞이하여 차분하고 다소곳이 위로해 주며 친자매와 같은 사랑의 마음을 전했다. 여옥이 눈을 살짝 들어 채경을 보고는 눈가에 웃음이 번지자 채경은 얼굴이 붉어지며 고개를 숙인다. 오부인은 사랑스런 표정으로 이들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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