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12 09:28 환상


하루는 오부인이 채봉의 외가에 대해 묻다가 채봉이 금릉공주의 외손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자 매우 기뻐하며 말한다.

“나와 자네는 친척이라네. 나의 외할머니인 운향공주께서는 금릉공주의 고모님이시니 자네는 내 재종질녀가 되네. 이런 사연을 안고 서로 만나다니 이 어찌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아니겠느냐?”

이 말을 들은 채봉도 기뻐하며 말한다.

“저는 고향에서 멀리 떨어져 의지할 친척이 근처에 없는 줄 알았는데, 여기서 숙모님을 만나 뵙다니 얼마나 다행인줄 모르겠습니다.”

그 후로 십여 일이 지난 어느 날 집 앞이 분주하더니 시녀가 와서 고한다.

“호광 순무사 윤공께서 오시고 계십니다.”

그 말을 들은 오부인은 매우 기뻐한다. 마침 두 소저는 오부인의 앞에 있었는데, 채경은 두 뺨이 발그레해 져 머리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채봉이 먼저 묻는다.

“숙모님, 혹시 산동에 사시는 윤시랑님이신가요?”

오부인이 채경의 모습을 보며 웃으며 답한다.

“그렇단다. 지금 오신 산동의 윤시랑님은 나의 내종형님이란다. 그 아드님 여옥과 이 아이가 정혼한 사이라서 이 애가 이토록 부끄러워 하고 있단다. 그런데 우리 조카님은 윤시랑님을 어떻게 아는가?”

갑자기 채봉의 얼굴에 슬픔이 가득하더니 두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흐른다.

“윤시랑님은 돌아가신 아버님과 매우 친하게 지내셨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정이 관중과 포숙의 사귐과 같았습니다. 그 때 윤시랑님을 만나 뵌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습니다.”

<!--[if !supportEmptyParas]-->말을 채 다하지 못했는데 행차 소리가 들리며 윤시랑이 문 앞에 이르렀다. 두 소저는 일단 옆방으로 옮겨가고 오부인이 윤시랑을 맞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윤시랑은 채경을 불러 옥 같은 손을 잡았다. 그 얼굴에는 사랑스런 마음과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윤시랑은 편지를 꺼내 오부인에게 건네며 말한다. <!--[endif]-->

“이쪽으로 오면서 능주현을 지나왔는데 마침 진제독이 찾아와서 며칠 동안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냈었다오. 그때 진제독은 아직 집에 돌아가기에는 기한이 멀었고 어린 아들은 회남에 있다보니 집안에 남자가 없는 게 걱정이라고 하던데……. 요즘 바다를 넘어 들어오는 도적들이 점점 들끓어 강서에 있는 여러 현을 노략하고 있어서 강서와 멀지 않은 집 걱정이 많다고 하였으니 편지에도 아마 그런 내용이 있지 않을까 싶네.”


posted by 빨간수염